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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진화심리학의 기원,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왜 존재하는가?

by 정지마 202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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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진화 심리학
인간의 진화 심리학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이 세상과 인간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예요." 2012년에 가수 박진영 씨는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몸은 100조 개의 세포로 되어 있어요. 세포 하나가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기계보다 더 복잡해요. 인간은 자동차보다 몇조 배 더 복잡한데도, 사용설명서가 없어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나도 몰라요. 저는 인간을 만든 분을 만나서 사용설명서를 받고 싶어요." 진행자 이경규 씨는 "보통 사춘기 때 하다가 자연히 없어지는 고민인데.."라며 당혹스러워했다. 박진영 씨가 결국 인류의 기원과 존재 이유에 대한 해답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 질문은 사춘기에 품는 치기 어린 허세이기는커녕, 인간 자신을 근원적으로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수천 년 동안 종교, 철학, 그리고 예술을 줄곧 사로잡았던 핵심 문제였습니다. 이를테면, 위대한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은 1897년에 타히티의 신비한 푸른 풍광과 다양한 인물들을 그려 넣는 그의 거대한 걸작 한구석에 그림 제목을 대신하여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1976년에 쓴 명저 <이기적 유전자>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어느 행성에서나 지적 생명체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밝혀내고 나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놀랍게도, 인류는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 마침내 알아낸 것입니다. 누가 박진영 씨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해주면 좋을 텐데! 160여 년 전, 영국의 두 박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과 알프레드 러셀 윌리스(Alfred Russel Wallace)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의 본성을 밝히는 과학 이론을 처음 제창했습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입니다. 그 정답은 단순합니다. 번식을 높이는 형질은 흔해지고 번식을 낮추는 형질은 사라집니다.

 

윌리엄 해밀턴의 <사회적 행동의 유전적 진화>

윌리엄스는 종의 이득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성향은 거의 진화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평생 자식을 낳지 않으면서 여왕이 낳은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일벌이나 일개미처럼, 자연계에는 자신의 번식 기회를 낮추면서 다른 개체의 번식 가능성을 높이고자 애쓰는 개체들이 흔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이타적 행동은 어떻게 진화했을까요?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일벌이나 일개미 같은 불임성 일꾼 계급이 "하나의 특별한 어려움이며, 사실 처음에는 도저히 극복 불가능하고 내 이론 전체를 무너뜨릴 줄 알았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수수께끼를 푼 사람은 해밀턴이었습니다. 그가 1964년에 발표한 논문 <사회적 행동의 유전적 진화 l, ll>에 실린 해법은 명쾌했습니다. 자연선택은 어찌 됐건 다음 세대에 복제본을 더 많이 남기는 유전자의 빈도가 높아지는 과정입니다. 이타적 행동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그 유전자가 어떤 경로를 거쳤든 간에, 다음 세대에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남기기만 하면 선택됩니다. 따라서 G의 입장에서는 이타적 행동이 G가 탑승 중인 행위자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이타적 행동의 수혜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포괄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수혜자의 몸속에도 G의 복제본이 탑승하고 있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이타적 행동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선택될 조건을 나타내는 부등식은 '해밀턴의 규칙(Hamilton`s rule)'으로 불린다. 나중에 트리버스는 해밀턴의 업적이 "다윈 이후 진화론에서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드러나듯이, 해밀턴의 논문들에서는 '유전자의 눈' 관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더 많은 복제본을 남기려는 의도와 목표를 지니며, 이를 실행에 옮기고자 분투하는 유전자 말입니다. 이러한 은유는 해밀턴의 1972년 논문에서 한층 명확히 드러납니다. "개체의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에 일시적으로 지능을 허락하고 어느 정도 선택의 자유도 부여함으로써 논의를 좀 더 생생하게 만들어 보자." 말할 필요도 없이, '유전자의 눈' 관점은 나중에 도킨스가 저술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화려하게 꽃 피우게 됩니다. 윌리엄스와 해밀턴의 선구적인 업적을 토대로, 트리버스도 1970년대 초에 기념비적인 논문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 상호 이타성의 진화>(1971), <부모 투자와 성 선택>(1972), <부모-자식 간 갈등>(1974), <단수 이배체와 사회성 곤충의 진화>(1976) 같은 논문들은 수천 번씩 인용되면서 인간을 포함한 여러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진화심리학 : 진화된 심리 기제가 인간의 행동을 만든다

인간의 두뇌는 매우 유연해서 어떤 환경에서나 적응적인 행동을 한다는 인간 행동 생태학의 핵심 원리가 왜 잘못되었다는 걸까요? 대다수 현대인들이 당분에 지나치게 빠지는 성향을 생각해 봅시다. 극소수의 사람들은 당분을 즐기기는커녕 싫어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당분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비만, 질병, 노화 등에 시달립니다. 그러므로 당분을 싫어하는 소수의 현대인은 당분에 탐닉하는 대다수 현대인보다 더 높은 번식 성공도를 거둘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분을 싫어하는 성향은 적응이고 당분에 탐닉하는 성향은 부적응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과일이 익어서 당이 많아질수록 열량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당이 많은 과일을 달콤하게 느껴서 선호했던 먼 과거의 조상은 풋과일이나 썩은 과일을 달콤하게 느껴서 선호했던 조상보다 자식을 더 많이 남겼습니다. 정제된 당이 편의점에 넘쳐나는 오늘날, 당분에 빠져드는 미각 체계는 현대인의 번식 성공도를 낮춥니다. 하지만, 당분을 입에 넣으면 여전히 달콤한 맛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했습니다. 당이 풍부한 음식을 안 먹겠다고 결정할 수는 있어도, 그 음식에 대해 달콤함이 아닌 다른 맛을 느끼겠노라고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분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인간의 미각 체계는, 오늘날 그 형질이 번식을 높이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당이 많은 과일이 언제나 부족했던 과거 수렵-채집 시절의 적응입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또한 행동보다는 진화된 심리 기제(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가 주된 탐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연선택의 입장에서 보면 행동 그 자체만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무언가를 역겨워하는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때의 적응은 외부의 입력 정보와 과거의 상황에서 적응적이었던 행동을 연결시켜주는 '진화된 심리 기제'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심리 기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진화심리학은 인간 사회생물학이나 인간 행동 생태학과 확연이 구별됩니다. 따라서 그럴듯한 이름으로 겉포장만 새로 했을 뿐, 진화심리학은 사회생물학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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